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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향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성찰

by 가니메데7 2025. 3. 25.

영화 체리향기 (Taste of Cherry, 1997)는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가 연출한 작품입니다. 제5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으며, 키아로스타미의 철학적이고 시적이며 현실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핵심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

중년 남성 바디(호마윤 에르샤디)는 차를 몰고 테헤란 외곽의 황량한 언덕을 방황합니다. 그는 삶에 대한 큰 회의감과 지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무덤을 파줄 사람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접근합니다. 바디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고립된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만, 대부분 그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먼저 만난 병사와 신학생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마지막으로 만난 노학자 바게리는 그의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바게리는 바디에게 인생의 소소한 아름다움, 특히 체리의 맛과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삶의 다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바디가 묻힐 무덤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끝나며,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는 촬영 현장의 모습이 다큐멘터리처럼 나타나면서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다.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

삶의 경계

체리향기는 삶에 대한 깊은 회의와 고민을 다루면서도, 이를 단순히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바디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여정은 그 자체로 진지한 성찰의 과정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소소한 행복과 일상의 가치

바게리가 체리의 맛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단순한 먹거리의 기쁨을 넘어,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는 바디가 느끼는 고통과 회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작은 기쁨들을 상기시킵니다. 체리의 향기와 맛은 고통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은유합니다.

 

연대와 타인의 존재

바디는 자신의 고민을 타인과 나누고 공감받기를 원하며, 자신의 내면적 고통에 대한 이해를 갈망합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각기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의 목소리로,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만남은 인간이 타인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서로의 존재가 지닌 가치를 깨닫는 여정을 나타냅니다.

 

선택의 자유와 인간의 의지

바디는 자신의 삶에 대해 결정하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옹호하지 않으며, 인간의 자유 의지와 선택의 복잡성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바디가 느끼는 고통은 개인적이지만, 그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삶을 바라보려는 모습은 삶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

영화의 마지막에 촬영 현장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로 이어지며, 인생의 무상함과 허구적 측면을 동시에 제시합니다. 이는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를 인식하고, 관객이 스스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상징과 연출

체리의 맛: 삶의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바게리가 체리의 맛을 언급하는 장면은 삶의 희망을 되찾는 상징적 순간입니다.

황량한 풍경: 테헤란 외곽의 척박한 풍경은 바디의 내면적 고독과 절망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그 황량함 속에도 소소한 생명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차 안의 대화: 바디의 차는 고립과 소통의 이중적 공간입니다. 차 안에서의 대화는 그의 내면적 갈등과 외부와의 단절을 나타냅니다.

다큐멘터리적 연출: 현실적이고 비관습적인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성과 상징적 의미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의의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성찰

체리향기는 삶의 고통을 다루면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키아로스타미의 절제된 연출과 비유적 대사는 관객에게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하도록 만듭니다.

영화는 삶의 무거운 고민을 다루지만,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아름다움과 소소한 기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더라도,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의 가능성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론 : 고독과 연대, 달콤한 체리의 맛을 기억하라

체리향기는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자 하는 한 인간의 내적 갈등과 성찰을 다룬 영화입니다. 키아로스타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리면서도, 체리의 맛처럼 작은 기쁨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바디의 여정은 단순한 절망의 여정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다시금 찾으려는 시도이자,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과정입니다. 고통 속에서도 존재하는 체리의 향기처럼,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작은 기쁨과 희망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