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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본다는 것, 죄를 느낀다는 것 – 영화 세븐 리뷰

by 가니메데7 2025. 4. 10.

줄거리 : 7가지 죄의 흔적을 따라

비 오는 도시,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이 나타납니다. 살인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교훈’을 담은 처형입니다. 그는 기독교의 7가지 대죄(식탐, 탐욕, 나태, 분노, 교만, 질투, 색욕)에 따라 희생자를 골라 그 죄에 걸맞은 방식으로 ‘처벌’합니다.

사건을 쫓는 이는 은퇴를 앞둔 노경찰 서머싯(모건 프리먼)과 정의감 넘치는 신참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 두 사람은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녔고, 그 충돌은 영화의 중심 긴장을 형성합니다.

범인의 정체는 후반부에 존 도(케빈 스페이시)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며, 그는 스스로 경찰에 투항하지만 마지막 두 ‘죄’를 완성하기 위한 설계를 이미 끝내둔 상태입니다. 영화는 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을 남깁니다: 과연 누가 악한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주제 분석 - 죄를 본다는 것, 죄를 느낀다는 것

1)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죄의 자각’

《세븐》의 살인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인간의 ‘죄’를 강제로 직면하게 만드는 도발입니다. 살인자는 희생자를 고통스럽게 죽임으로써, 그들의 죄가 무엇이었는지를 세상에 보여주려 합니다. 탐욕에 찌든 변호사, 나태한 마약 중독자, 색욕의 희생자가 된 여성 등, 피해자들은 죄책감을 가진 존재라기보다 사회가 방치한 인간 군상처럼 보입니다.

존 도는 스스로를 세상의 교정자로 여깁니다. 그는 신이 침묵하는 시대에 스스로 신의 역할을 자처하지만, 그의 행위는 결국 또 다른 죄이자 광기입니다.

 

2) 정의와 도덕의 경계가 흐려지는 사회

서머싯은 영화 초반에 “우리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도시에 대한 냉소, 인간성에 대한 회의를 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반면 밀스는 정의에 대한 열망으로 움직이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이 둘의 대비는 영화의 철학적 핵심을 이룹니다. 정의는 가능한가? 죄는 처벌될 수 있는가? 아니면 세상은 원래 타락한 채 흘러가고 있을 뿐인가?

영화는 정의로운 시스템의 부재와 인간의 무기력을 냉정하게 비추며, 결국 폭력에 대한 욕망조차도 시스템에 의해 ‘질서’ 속에 관리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3) 7가지 죄와 마지막 두 개: 질투와 분노

영화의 결말은 충격적입니다. 존 도는 스스로 마지막 두 죄를 완성합니다.

질투: 그는 밀스의 아내를 죽이고, 그가 누리는 평범한 삶에 질투했음을 고백합니다.

분노: 그 진실을 알게 된 밀스는 분노에 사로잡혀 결국 그를 쏴 죽입니다.

 

이로써 밀스는 존 도의 계획 속 마지막 ‘죄의 상징’이자 도구가 됩니다. 그는 스스로도 모르게 살인을 완성하며, 존 도의 설계에 굴복하게 됩니다. 이는 극도의 아이러니이자,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함축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적 연출과 분위기

1) 핀처의 암흑적 시각

데이빗 핀처는 이 영화를 통해 도시의 무정부성과 인간의 타락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합니다. 계속 내리는 비, 칙칙한 회색톤의 조명, 폐쇄적인 공간 구성은 영화 전반에 불안과 공포를 퍼뜨립니다.

도시는 지옥이자 감옥이며, 인물들은 그 안에서 어둠을 헤치며 답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그 어둠에 스스로 삼켜지고 맙니다.

 

2) 감정 절제와 폭발의 리듬

서머싯과 밀스의 연기는 극단적으로 대조됩니다. 모건 프리먼은 지적인 관찰자로서의 거리를 유지하며 감정을 절제하지만, 브래드 피트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분노와 좌절을 드러냅니다. 이 두 인물의 리듬 차이가 영화의 몰입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결론: ‘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븐》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악과 죄를 집요하게 들추며, 도덕의 기준이 흐려진 사회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범죄의 잔혹성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한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자체의 구조입니다.

마지막에 서머싯이 말합니다.

“The world is a fine place and worth fighting for.”
“I agree with the second part.”

 

이 문장은 서머싯의 희망 없는 냉소 속에서도, 아직 지켜야 할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세븐》은 바로 그 ‘지켜야 할 가치’를 끊임없이 흔들고, 의심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