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솔라리스》(Solaris, 1972)**는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SF 영화로, 인간의 내면, 기억, 죄책감,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이 영화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타르콥스키 특유의 명상적 연출과 상징적인 이미지로 재해석되었습니다.
1. 영화의 배경과 줄거리
줄거리에는 영화의 핵심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라리스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탐구하는 철학적 SF 영화로, 주인공 크리스 켈빈이 심리학자로서 미지의 행성 솔라리스의 연구 기지로 파견되며 시작됩니다. 솔라리스는 지적 능력을 지닌 거대한 유동성의 바다로 이루어져 있으며, 탐사 기지의 연구원들은 행성의 미스터리로 인해 심리적 불안과 환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지에 도착한 크리스는 혼란스러운 상태의 연구원들을 발견하고, 죽은 아내 *하리(Hari)*의 환영을 만나게 됩니다. 하리는 크리스의 죄책감과 상처가 구체화된 존재로, 크리스는 그녀와의 재회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크리스와 하리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죄책감과 기억, 용서와 구원의 문제를 다룹니다.
2. 주요 주제 분석 - 인간 내면의 거울
1) 기억과 죄책감의 힘
크리스에게 나타난 하리는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크리스의 내면에 자리한 죄책감과 상처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그는 하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지니고 있었고, 솔라리스는 이를 물질적 존재로 구현해 냅니다.
하리와의 재회는 크리스에게 과거와 화해하고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크리스는 하리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죄책감에 갇혀 있으며, 이는 인간이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2) 인간성과 타자성
솔라리스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읽고 물질적 형태로 반영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타자'의 영역에 속합니다. 타르콥스키는 솔라리스를 단순한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거울로 설정하여 인간성과 타자성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크리스와 하리의 관계는 인간과 타자 간의 소통의 불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줍니다. 하리는 크리스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성된 존재이지만, 점차 자아를 형성하며 자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사실에 고통을 겪습니다. 이로써 타르콥스키는 인간이 타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3) 사랑과 용서
하리는 크리스의 기억과 죄책감으로 인해 재탄생했지만, 점차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습니다. 하리의 존재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희생, 이해와 용서의 복합적 작용임을 드러냅니다.
크리스는 하리를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직면하고, 하리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사랑이란 단순히 상대를 소유하거나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4)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신비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간의 이성으로는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신비한 존재입니다. 탐사 기지의 연구원들은 솔라리스를 분석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그 신비로움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타르콥스키는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강조합니다. 솔라리스는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반영하는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상징합니다. 이 신비로움은 인간의 지적 탐구의 한계이자, 존재의 신성한 경계를 암시합니다.
3. 영화의 미학적 요소와 상징성
1) 영상미와 상징성
물의 이미지: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의 무의식을 상징하며, 물은 타르콥스키 영화에서 영적 정화와 재생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거울과 반사: 인간의 내면과 기억을 반영하는 상징적 도구로 사용되며, 인간의 이중성이나 자기 인식을 표현합니다.
자연과 인공의 대비: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과 차가운 기지의 대비는 인간과 솔라리스의 관계를 암시하며, 인간이 잃어버린 본질적 감정을 상기시킵니다.
2) 시간과 내면의 흐름
타르콥스키는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뒤섞습니다. 이는 크리스의 내적 혼란과 상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시간과 기억의 주제를 심화합니다.
기지 내의 느린 카메라 움직임과 침묵은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고독을 강조하고, 솔라리스 바다의 끝없는 움직임은 인간의 불완전함과 신비를 상징합니다.
4. 결론: 인간의 내면과 관계에 대한 탐구
**《솔라리스》**는 단순한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탐구입니다. 타르콥스키는 인간의 죄책감과 고통, 사랑과 용서의 복잡한 감정을 솔라리스라는 미지의 거울을 통해 탐색합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크리스는 지구로 돌아가는 대신, 솔라리스의 바다에 떠다니는 집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만납니다. 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로,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하나가 되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타르콥스키는 솔라리스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불안과 갈망을 탐구하며, 인간이 가진 이해의 한계와 내면의 신비로움을 탐색합니다. 인간은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출 수 없지만, 그 신비로움은 결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존재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